
사진: 女子 正真 / Pexels
전 세계 17위, 한국의 1인당 CO2 배출량 순위가 말해주는 현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켜는 전등과 충전하는 스마트폰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의 발자국이 남습니다. 월드뱅크가 제공한 2024년 기준 203개국 데이터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1인당 CO2 배출량 수치는 약 11.36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 세계 국가 중에서 17번째로 높은 기록입니다.
하지만 이 순위를 조금 더 정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 세계 38개 OECD 회원국만 따로 추려서 비교해 보면, 한국의 위치는 4위로 껑충 뛰어오릅니다. 호주(약 14.10톤), 캐나다(약 14.01톤), 미국(약 13.62톤)의 뒤를 바로 잇는 순위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구가 1천만 명 이상인 비교적 규모가 큰 91개국을 기준으로 삼으면, 한국은 세계 6위에 자리 잡게 됩니다. 인구가 아주 적은 섬나라나 도시국가를 제외했을 때 한국의 탄소 배출 수준이 얼마나 상위권에 쏠려 있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인구 증감 추세가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2025년 세계 인구 증가율 순위와 대한민국의 한국위치에 관한 고찰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사실 이러한 순위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통계상의 분모 효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인구가 극히 적은 국가들은 소수의 대형 산업 설비나 일시적인 전력 소비만으로도 1인당 수치가 왜곡되어 높게 나타나기 쉽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처럼 인구가 5천만 명에 달하는 국가가 이 정도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구조적인 에너지 다배출 구조가 이미 고착화되었음을 말해줍니다.
지난 25년간의 흔적, 한국의 탄소 배출 최근 추이 변화
대한민국의 탄소 배출 궤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짚어보는 일은 꽤 의미가 있습니다. 2000년 당시 한국의 1인당 배출량은 약 9.92톤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산업의 팽창과 더불어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며 매년 기록을 경신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눈여겨본 부분은 바로 지난 25년간 있었던 몇 가지 뚜렷한 변곡점들입니다. 한 가지 짚어보자면, 먼저 2010년의 급증세가 눈에 들어옵니다. 2008년과 2009년에 걸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조업 가동률이 급격하게 회복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저렴한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대폭 늘렸던 점도 약 12.37톤이라는 급격한 수치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이후 2018년에 이르러 역사상 최고점인 약 13.19톤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해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극심한 한파가 겹치면서 냉난방을 위한 전력 수요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핵심 업종의 유례없는 초호황기였다는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에는 산업 활동 위축과 이동 제한으로 인해 약 11.91톤까지 일시적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다시 약 12.34톤으로 반등하며 탄소 배출의 고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행스러운 흐름은 최근 3년 사이에 감지됩니다. 2022년 약 11.87톤, 2023년 약 11.42톤에 이어 2024년에는 약 11.36톤으로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하향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전력 생산에서 석탄 발전 비중이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원전 가동률 회복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된 결과입니다. 경기 둔화로 인해 철강이나 석유화학 같은 에너지 집약 업종의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세계 상위권 국가들의 이면과 1위 팔라우의 독특한 예외 구조
이번 2024년 월드뱅크 데이터에서 1위를 차지한 나라는 다름 아닌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팔라우입니다. 팔라우의 1인당 배출량은 무려 약 82.84톤으로, 세계 평균인 약 4.69톤의 17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인구가 약 1만 8천 명에 불과한 이 나라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되었을까요?
실상은 국가의 산업 구조와 지리적 특성에 숨겨져 있습니다. 팔라우는 경제의 대부분을 해외 관광객 유입에 의존하기에, 국내 선박과 항공 교통 부문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인구 대비 엄청난 비중을 차지합니다. 게다가 전력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설비가 부족해 수입 디젤 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화력발전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식료품의 90%에 가까운 물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운송 과정에서의 탄소 발자국이 극대화되는 특수성도 지닙니다.
2위에 오른 카타르(약 47.33톤)는 전형적인 자원 강국의 경로를 보여줍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LNG) 수출국인 카타르는 가스의 채굴과 가공, 액화 공정 자체에서 막대한 탄소를 내뿜습니다. 높은 국민 소득을 바탕으로 정부가 전기와 물을 무상에 가깝게 보조하다 보니, 에어컨 과다 사용과 해수 담수화 설비 가동에 과도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구조가 정착되었습니다.
6위의 트리니다드 토바고(약 19.58톤)와 10위의 뉴칼레도니아(약 17.08톤)도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합니다. 인구 약 140만 명의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풍부한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메탄올, 암모니아 제철 등 에너지 집약적 중화학 공업이 고도로 발달한 국가입니다. 프랑스령 섬나라인 뉴칼레도니아는 세계 니켈 매장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광업 중심지로, 니켈 제련을 위해 노후화된 석탄 및 중유 발전기를 대규모로 돌리며 높은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상위권 국가들의 공통점은 소규모 인구로 인한 통계적 착시이거나, 화석연료 및 광업 제련 등 탄소 다배출 산업에 경제가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호주(약 14.10톤), 캐나다(약 14.01톤), 미국(약 13.62톤)처럼 드넓은 영토와 높은 에너지 소비량을 지닌 선진국들도 이 대열의 뒤편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빈곤과 통계적 착시
반면 하위권으로 눈을 돌려보면 극적인 스케일의 차이를 마주하게 됩니다. 최하위권인 차드(약 0.14톤), 니제르(약 0.12톤), 부룬디(약 0.07톤) 같은 나라들은 1인당 배출량이 0.1톤 미만에 수렴합니다. 이들 국가는 산업화 수준이 극도로 낮고 대부분의 인구가 생계형 농업이나 유목에 종사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국가 전체에 전력 보급률이 원체 낮다 보니 화석연료를 활용한 발전이나 제조업 활동 자체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에너지 소비는 대부분 땔감이나 숯 같은 전통적 바이오매스에 의존하지만, 이러한 연료는 공식적인 화석연료 기반 이산화탄소 통계에 산입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심각한 기후 불평등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후 불평등이란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해 온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가혹하게 입는 부조리한 현실을 뜻합니다. 수치로 비교하자면, 영국인 한 명이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은 부룬디 주민 약 200명이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소득 수준과 탄소 배출의 비례 관계는 국가 간 구매력 차이를 다룬 2026년 세계 1인당 GDP PPP 순위 결과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위권 통계 중에는 가난하지 않음에도 숫자가 극단적으로 낮게 잡힌 예외적 오류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페로 제도는 1인당 GDP가 7만 달러를 웃도는 부유한 지역이며 실제 디젤유 사용량이 많아 실제 배출량이 10톤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덴마크 자치령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통계 보고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분리되어 약 0.04톤이라는 비현실적인 수치로 남게 되었습니다. 마셜 제도(약 0.003톤)나 아메리칸 사모아(약 0.002톤) 역시 미국 통계에 통합되거나 누락되는 등 행정적 한계로 인해 0에 가까운 값으로 표기되었습니다.
생산 기반 통계의 한계와 탈동조화가 남긴 과제
우리가 살펴보는 월드뱅크의 이 지표는 영토 내에서 발생한 탄소만을 측정하는 생산 기반 배출량입니다. 이러한 산출 방식은 글로벌 공급망의 현실을 완벽히 대변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한국이나 중국처럼 탄소 집약적인 제조업 제품을 직접 생산해 수출하는 국가는 배출량이 무겁게 잡히고, 이를 수입해 소비하는 선진국들은 통계상 깨끗해 보이는 착시를 낳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비 기반 배출량을 적용하면 제품을 수입해 쓰는 유럽 주요국들의 실질 탄소 발자국은 크게 증가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이른바 탄소 유출을 감행하면서 자국의 배출량이 낮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 지적합니다. 하지만 선진국 측은 영토 내의 실질적 감축 노력을 측정하는 데는 현재의 기준이 가장 실행 가능하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는 많은 선진국이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의 절대치를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경제 성장의 곡선과 온실가스 배출의 곡선이 서로 어긋나며 분리되는 절대적 탈동조화 현상이라 부릅니다.
아쉽게도 한국은 아직 경제 성장률보다 배출량 증가율을 낮추는 수준인 상대적 탈동조화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2024년 기준 세계 전체 평균인 약 4.69톤이나 유럽연합 평균인 약 5.47톤과 비교하면 한국의 약 11.36톤은 여전히 너무 높습니다. 심지어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들이 대거 포진한 OECD 회원국 평균인 약 7.92톤과 대조해 보아도 격차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석탄의 퇴조와 재생에너지의 확대
기후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력 부문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발전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 미만인 약 49.5%로 떨어지는 기념비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석탄 발전 비중 역시 역사상 최저 수준인 약 18.5%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이러한 전력 부문의 체질 개선은 최근 3년간 한국의 1인당 배출량을 하락세로 돌려놓은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비록 철강이나 석유화학 같은 뿌리 제조업이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이상 급격한 감축은 쉽지 않겠지만,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깨끗하게 바꾸는 노력은 지금도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 영토 내에서 뿜어내는 탄소에 대한 책임은 결국 우리가 짊어져야 할 몫입니다. 제조업 강국이라는 자부심과 친환경이라는 시대적 과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은 일임이 분명합니다.
전체 순위 (상위 50개국)
| 1 | Palau | 82.8 |
| 2 | Qatar | 47.3 |
| 3 | Bahrain | 23.9 |
| 4 | Kuwait | 23.7 |
| 5 | Brunei Darussalam | 20.2 |
| 6 | Trinidad and Tobago | 19.6 |
| 7 | Oman | 18.7 |
| 8 | Saudi Arabia | 18.5 |
| 9 | United Arab Emirates | 18.3 |
| 10 | New Caledonia | 17.1 |
| 11 | Gibraltar | 16.1 |
| 12 | Australia | 14.1 |
| 13 | Canada | 14 |
| 14 | Russian Federation | 14 |
| 15 | United States | 13.6 |
| 16 | Kazakhstan | 12.6 |
| 17 | 🇰🇷 Korea, Rep. | 11.4 |
| 18 | Turkmenistan | 10.9 |
| 19 | Luxembourg | 10.6 |
| 20 | Greenland | 10.5 |
| 21 | Singapore | 9.8 |
| 22 | China | 9.3 |
| 23 | Iran, Islamic Rep. | 9.1 |
| 24 | Libya | 8.7 |
| 25 | Iceland | 8.5 |
| 26 | Malaysia | 8.3 |
| 27 | Mongolia | 7.8 |
| 28 | Japan | 7.8 |
| 29 | Estonia | 7.8 |
| 30 | Poland | 7.6 |
| 31 | Belgium | 7.3 |
| 32 | Seychelles | 7.2 |
| 33 | Norway | 7.2 |
| 34 | Czechia | 7.1 |
| 35 | Germany | 6.9 |
| 36 | South Africa | 6.9 |
| 37 | Netherlands | 6.6 |
| 38 | Bosnia and Herzegovina | 6.4 |
| 39 | Austria | 6.3 |
| 40 | Slovenia | 6.3 |
| 41 | Ireland | 6 |
| 42 | New Zealand | 6 |
| 43 | Belarus | 5.9 |
| 44 | Israel | 5.8 |
| 45 | Finland | 5.5 |
| 46 | Slovak Republic | 5.5 |
| 47 | Cyprus | 5.4 |
| 48 | Turkiye | 5.4 |
| 49 | Bulgaria | 5.3 |
| 50 | Iraq | 5.2 |
함께 보면 좋은 글
- 2023년 세계 1인당 계란 소비량 순위와 41위 한국의 소비 추이
- 2025년 세계 인구 증가율 순위와 대한민국의 한국위치 — 217개국 비교 속 마이너스 성장의 현실
- 2026년 세계 1인당 GDP PPP 순위: 191개국 데이터로 본 국가 간 구매력 격차
- 2023년 1인당 초콜릿 소비량 순위: 1위 코트디부아르와 유럽의 압도적 강세
📊 자료 출처: World Bank · 2024년 기준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