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Cemrecan Yurtman / Pexels
피곤한 오후,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이 주는 위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과연 전 세계 사람들은 1년에 초콜릿을 얼마나 먹고 있을까요?
OWID(Our World in Data)에서 발표한 2023년 기준 176개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1인당 초콜릿 소비량 순위와 그 속에 숨은 재미있는 패턴을 차분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1인당 초콜릿 소비량 상위권을 휩쓴 유럽 국가들
상위 15개국 명단을 보면 뚜렷한 지역적 쏠림 현상이 나타납니다.
1위를 차지한 코트디부아르, 4위 몬테네그로, 5위 이스라엘, 11위 뉴질랜드를 제외하면 나머지 11개 자리를 모두 유럽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2위 룩셈부르크(5.42kg)를 시작으로 3위 아이슬란드(5.27kg), 6위 프랑스(4.04kg), 7위 영국(3.94kg)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이 줄을 잇고 있죠.
유럽 국가들이 이토록 초콜릿을 많이 소비하는 배경에는 오랜 기간 자리 잡은 차와 디저트 문화, 그리고 프리미엄 초콜릿 산업의 발달이 큰 몫을 합니다.
특히 아이슬란드나 8위 노르웨이(3.86kg), 15위 덴마크(3.25kg)처럼 춥고 밤이 긴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한 점도 흥미롭습니다.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열량이 높고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는 달콤한 간식을 즐겨 찾는 지역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체코(3.68kg)와 라트비아(3.44kg) 같은 동유럽 국가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유럽 대륙 전반에 걸친 초콜릿 사랑을 확인할 수 있네요.
압도적 1위 코트디부아르, 통계에 숨겨진 달콤한 역설
이번 통계에서 가장 의외이자 돋보이는 국가는 단연 코트디부아르입니다. 1인당 8.65kg이라는 수치로 2위 룩셈부르크와 3kg 이상의 큰 격차를 벌리며 1위에 올랐습니다. 전 세계 카카오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하는 최대 산지인 코트디부아르가 소비량마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다니, 꽤 놀라운 결과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코트디부아르의 소비량 8.65kg은 일상적으로 현지인들이 초콜릿을 사 먹거나 전통 음료로 소비해서 나온 수치가 아닙니다. 과거에는 수확한 카카오 원두를 100% 원물 그대로 선진국에 수출했지만, 최근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국적 기업의 공장을 유치하여 ‘현지 가공 비율’을 대폭 늘렸습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현지 공장에서 카카오 페이스트나 버터로 1차 가공하기 위해 갈아 넣은 어마어마한 양의 카카오 원물이 원물 수출이 아닌 ‘국내 소비(공급)량’으로 잡혀버린 것입니다. 즉, 수십만 톤에 달하는 공장의 산업용 가공 물량을 전체 인구수로 나누다 보니 세계 최고의 소비국으로 둔갑한 셈입니다.
결론적으로 코트디부아르 내부의 ‘초콜릿 가공 산업 확대’를 보여주는 결과물입니다. 현지 공장을 거친 1차 가공품은 결국 완제품이 되기 위해 전량 서구권으로 수출되며, 생산 농가와 국민들의 실제 초콜릿 섭취량은 안타깝게도 여전히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꾸준히 늘어나는 한국의 초콜릿 사랑
그렇다면 한국은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까요?
한국은 2023년 기준 1인당 0.88kg을 소비하며 집계된 176개국 중 85위를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 176개국 중 딱 중간 정도의 평균적인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유럽의 상위권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4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과거 데이터를 함께 보면 꽤 재미있는 성장세가 나타납니다.
2000년에는 1인당 0.38kg에 불과했던 소비량이 2006년(0.56kg)을 기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2010년에는 0.73kg으로 훌쩍 뛰었습니다. 이후에도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며 2023년 0.88kg까지 도달했죠. 국내 카페 문화와 고급 디저트 시장이 대중화되면서, 초콜릿을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소비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경향이 엿보입니다.
달콤함의 스케일 차이? 통계가 가린 아프리카의 씁쓸한 현실
상위권과 반대로 하위 15개국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일부 국가들이 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162위 모잠비크가 0.05kg, 방글라데시와 부르키나파소가 0.04kg을 기록했고, 에티오피아나 미얀마는 0.01kg, 감비아는 0kg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무더운 기후로 인해 초콜릿의 유통과 보관이 까다로운 데다, 기호식품 소비를 뒷받침할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입니다.
이 숫자들을 보다 보면 1위 코트디부아르(8.65kg)와 하위권 국가들 사이의 거대한 스케일 차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앞서 짚어본 것처럼, 이 극명한 격차는 ‘진짜 달콤함’의 차이가 아닙니다.
서류상으로는 같은 아프리카 대륙 안에서 코트디부아르와 르완다(0.03kg), 탄자니아(0.02kg)의 소비량이 하늘과 땅 차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현지 농민들과 국민들이 완성된 초콜릿을 구경조차 하기 어렵다는 씁쓸한 현실은 1위 국가나 하위권 국가나 매한가지입니다. 결국 이 거대한 수치의 간극은 초콜릿을 즐길 수 있는 여유의 차이가 아니라, 선진국으로 수출할 원료를 가공하는 ‘산업 인프라’의 유무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즐기는 하나의 달콤한 간식 뒤에도 각국의 기후, 불평등한 경제 상황, 그리고 글로벌 산업 구조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전체 순위 (상위 50개국)
| 1 | Cote d’Ivoire | 8.7 |
| 2 | Luxembourg | 5.4 |
| 3 | Iceland | 5.3 |
| 4 | Montenegro | 4.4 |
| 5 | Israel | 4.2 |
| 6 | France | 4 |
| 7 | United Kingdom | 3.9 |
| 8 | Norway | 3.9 |
| 9 | Czechia | 3.7 |
| 10 | Malta | 3.6 |
| 11 | New Zealand | 3.6 |
| 12 | Slovenia | 3.5 |
| 13 | Latvia | 3.4 |
| 14 | Bosnia and Herzegovina | 3.4 |
| 15 | Denmark | 3.3 |
| 16 | Bahrain | 3.2 |
| 17 | Portugal | 3.2 |
| 18 | Georgia | 3.2 |
| 19 | Spain | 3.1 |
| 20 | Croatia | 3 |
| 21 | North Macedonia | 3 |
| 22 | Estonia | 3 |
| 23 | Australia | 2.9 |
| 24 | Bulgaria | 2.9 |
| 25 | Greece | 2.8 |
| 26 | Libya | 2.7 |
| 27 | Hungary | 2.7 |
| 28 | Armenia | 2.7 |
| 29 | Samoa | 2.5 |
| 30 | Sweden | 2.4 |
| 31 | United States | 2.4 |
| 32 | French Polynesia | 2.4 |
| 33 | Romania | 2.4 |
| 34 | Mongolia | 2.3 |
| 35 | Canada | 2.3 |
| 36 | Cyprus | 2.3 |
| 37 | Kuwait | 2.3 |
| 38 | Ireland | 2.3 |
| 39 | Finland | 2.2 |
| 40 | Serbia | 2.1 |
| 41 | New Caledonia | 2 |
| 42 | Oman | 2 |
| 43 | Belgium | 2 |
| 44 | Kazakhstan | 2 |
| 45 | Peru | 2 |
| 46 | Saint Vincent and the Grenadines | 2 |
| 47 | Seychelles | 2 |
| 48 | Chile | 1.8 |
| 49 | Indonesia | 1.7 |
| 50 | Macao | 1.7 |
📊 자료 출처: OWID · 2023년 기준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