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개와 0.1개. 2025년 기준 전국 시군구 중 가장 학원이 밀집한 곳과 가장 적은 곳의 단위 인구당 학원 수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열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통계청 KOSIS가 집계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인구 천명당 사설학원수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지역별 교육 인프라의 쏠림 현상이 아주 선명하고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납니다.
유례없는 저출생으로 인해 매년 학교 입학생이 줄어든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옵니다. 사실 이런 흐름이라면 학원의 수도 자연스럽게 감소해야 맞을 것 같지만, 특정 지역의 학원 밀집도는 오히려 더 조밀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5개에서 1.9개로 꾸준히 우상향하는 인구 천명당 사설학원수 전국 추이
개별 지역의 상하위 순위를 분석하기 전에 전국적인 추이 흐름을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2025년 기준 전국의 인구 천명당 사설학원수는 1.9개로 집계된 상태입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오랜 기간 1.5개 수준에 머물며 큰 변동이 없던 이 지표는 2018년 1.6개로 소폭 반등했습니다. 이후 2022년 1.7개, 2024년 1.8개를 거쳐 올해 1.9개까지 흔들림 없이 우상향하는 곡선을 그렸습니다.
이러한 전국 단위의 숫자에서 학령인구 감소 추세와 완전히 상반되는 흐름이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전체 학생 수는 가파르게 급감하고 있는데, 인구 1,000명당 학원 수는 거꾸로 늘어나는 현상입니다.
최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관련 통계를 보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과거처럼 한 교실에 수십 명을 몰아넣고 가르치는 대형 종합 학원의 시대가 저물고, 소수 정예 수업이나 1대1 맞춤형 컨설팅 등 학원의 형태가 잘게 파편화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학원의 양적 팽창보다는 교육 수요의 세분화가 전체 수치를 끌어올린 셈입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는 지역별 핵심 학군지의 부상
이제 상위 15개 지역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상위권 리스트에서는 뚜렷한 하나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각 권역을 대표하는 이른바 거점 ‘학군지’들이 최상위권을 대부분 휩쓸었다는 점입니다.
서울의 경우 대치동 학원가를 품은 강남구(5.3개)와 서초구(3.3개)가 선두 그룹을 형성했고, 목동 학원가로 유명한 양천구(2.7개) 역시 상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지방 주요 도시에서 광역 거점 역할을 하는 지역들의 순위가 수도권 못지않게 높게 나타납니다.
부산의 해운대구(3.6개, 2위)와 강서구(2.7개, 11위)를 비롯해 전북 전주시(3.4개, 3위), 광주 남구(3.2개, 5위)와 동구(2.8개, 9위), 대구 수성구(3.1개, 6위)와 중구(2.9개, 8위), 울산 남구(3.0개, 7위)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들 지역은 단순히 해당 자치구에 거주하는 학생들만을 위한 동네 학원가가 아닙니다. 대중교통이나 학원 버스를 이용해 인접 시군구의 학생들까지 매일 저녁 흡수하는 광역 단위 교육 인프라의 블랙홀 역할을 수행하는 셈입니다.
특히 전북 전주시가 전국 3위에 오른 것은 개인적으로 가장 눈여겨본 대목입니다. 인구 대비 학원 밀집도 면에서 전북 권역 전체의 교육 수요가 전주라는 단일 도시로 얼마나 강하게 집중되어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2.7개를 기록한 경남 진주시나 전남 무안군 역시 혁신도시나 도청 소재지 등 신규 택지개발로 인해 젊은 학부모 인구가 유입되며 도내 교육 수요가 한곳으로 몰린 특수한 환경을 갖춘 곳들입니다.
전국 평균을 훌쩍 넘는 1위 강남구와 0.1개 최하위 지역
전국 1위를 차지한 서울 강남구의 지표는 5.3개로, 전국 평균인 1.9개의 거의 3배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강남구에 촘촘하게 들어선 수많은 사설 학원들은 서울 전역은 물론, 멀리 경기 남부권 학생들까지 주말마다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주민등록인구 대비로 계산되는 이 지표의 산출 방식을 고려할 때, 외부에서 유입되는 학생 수요가 많을수록 해당 지역의 인구당 학원 수는 기형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반면 하위 15개 지역의 상황은 상위권과 너무나도 다릅니다. 전남 신안군과 경북 울릉군이 각각 0.1개로 공동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대구광역시에 편입된 군위군, 충북 괴산군, 충남 청양군, 전북 진안군 등도 0.3개 수준에 그친 모습입니다. 1위 강남구와 최하위 신안군의 격차는 무려 53배에 달할 정도로 큽니다.
하위권에 속한 지역 대부분은 고령화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며, 청년 및 유소년 인구가 매우 희박한 군 단위 농어촌 지역들입니다. 사교육이라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일정 규모 이상의 배후 학생 수요가 있어야만 성립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 지역의 열악한 접근성은 피하기 어려운 현실일지 모릅니다. 공교육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사교육 인프라마저 철저히 시장 논리에 따라 수도권 및 광역시 주요 거점에만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이 차가운 통계 수치로 입증된 셈입니다.
지역 간 교육 환경 격차의 단면
전국 228개 시군구의 학원 분포 데이터를 차분히 정리하며 인상 깊었던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국가적인 위기로 불리는 인구 감소 국면 속에서도, 이른바 ‘교육 거점’으로 불리는 지역들의 학원 밀집도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 짙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양질의 교육 인프라가 갖춰진 곳으로 학부모들이 이주하고, 그 수요를 노리고 다시 새로운 학원이 생겨나는 순환 고리가 더욱 단단하게 고착화된 모습입니다.
상위권을 차지한 소수의 지역들은 주변 지역의 흩어진 수요를 흡수하며 거대한 교육 타운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밤늦도록 불을 밝히는 상위권 지역의 밀집된 학원가는 누군가에게는 언제든 쉽게 누릴 수 있는 든든한 학습 환경이겠지만, 다른 지역의 누군가에게는 매일 저녁 먼 길을 오가야만 닿을 수 있는 수고로움일 것입니다. 여러분이 거주하고 계신 동네의 교육 환경은 전국 228개 시군구 중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자리 잡고 있을까요?
📊 자료 출처: KOSIS 국가통계포털(통계청) · 2025년 기준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