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Speak Media Uganda / Pexels
230만 명. 유엔 아동사망률 추산 기구(UN IGME)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후 28일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신생아의 수입니다. 한 해에만 수백만 명의 아기가 첫돌의 촛불을 끄기도 전에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2024년 기준 196개국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태어난 국가가 어디냐에 따라 생존 확률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오늘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계 영아 사망률 격차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어떤 구조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는지 차분히 알아보려 합니다.
1000명 중 72명이 떠나는 곳과 2명만 떠나는 곳
영아 사망률은 특정 연도에 태어난 신생아 1,000명 중 만 1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 아동의 수를 의미합니다.
이 수치가 가장 높은 상위 15개국 명단을 보면 마음이 무거워지는데요. 1위인 남수단은 무려 71.9명에 달합니다. 1,000명이 태어나면 약 72명의 아기가 1년을 버티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 뒤를 이어 나이지리아(69.8명), 니제르(65.6명), 소말리아(65.4명), 라이베리아(63.2명), 짐바브웨(62.4명) 등이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기니(59.8명)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58.8명), 콩고민주공화국(56.4명), 차드(56.3명) 역시 60명에 육박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 중입니다.
반면 하위 15개국, 즉 영아 사망률이 가장 낮은 국가들의 상황은 완전히 다릅니다.
산마리노가 1.2명으로 집계된 196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에스토니아는 1.5명, 일본과 벨라루스, 슬로베니아는 1.8명입니다. 핀란드와 룩셈부르크, 몬테네그로는 1.9명,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2.0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와 체코(2.1명), 싱가포르와 모나코, 라트비아(2.2명)도 세계 최저 수준의 사망률을 유지하는 모습입니다.
최고 국가인 남수단과 최저 국가 그룹의 격차는 무려 36배가 넘습니다. 같은 지구상에 태어났음에도 생존 확률에서 이토록 거대한 스케일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이 지표가 ‘사산(Stillbirth)’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출생 직후 사망한 영아의 경우 개발도상국에서는 출생과 사망 신고가 동시에 누락되는 일이 잦습니다. 실제 현실의 격차는 통계에 나타난 36배보다 훨씬 더 클지도 모릅니다. 데이터가 포착하지 못하는 침묵의 죽음들이 여전히 많다는 뜻입니다.
세계 영아 사망률 격차를 만든 아프리카의 구조적 비극
데이터 상위 10개국은 모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는 우연이 아닌 뼈아픈 구조적 요인들이 겹친 결과입니다.
1위 남수단의 경우, 수십 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국가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유니세프(UNICEF) 자료에 따르면 남수단의 모성 사망비는 출생아 10만 명당 1,223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임산부가 출산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위험이 이토록 높으니, 태어난 아기의 생존율 역시 바닥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영아 사망의 75% 이상이 말라리아, 폐렴, 설사 등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병 때문이라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2위 나이지리아(69.8명)는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무장단체의 폭력 사태와 경제 불안정이 치명타로 작용했습니다. 신생아 사망의 주원인은 조산(31.1%)과 출생 시 가사 및 질식(30.9%)으로 확인됩니다. 특히 극심한 빈부격차가 생사를 가르고 있는데요. 나이지리아 내 최상위 부유층과 최하위 빈곤층 가구 간의 5세 미만 아동 사망률 격차는 1,000명당 91명에 달할 정도로 내부 양극화가 심각합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의 아이들이 가장 먼저 희생되고 있는 셈입니다.
4위 소말리아(65.4명)는 무력 분쟁과 더불어 기후 변화로 인한 반복적인 가뭄이 식량 위기를 불렀습니다. 산모가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데다, 숙련된 의료 인력이 입회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출산 비율은 전체의 32%에 불과합니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합병증이나 감염에 노출된 신생아들이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는 구조입니다. 짐바브웨와 기니 역시 만성적인 빈곤과 식수 인프라 부족, 모성 보건 시스템의 부재라는 공통된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복지와 첨단 의료가 빚어낸 생존의 조건
가장 낮은 사망률을 기록한 국가들은 어떨까요?
핀란드(1.9명)는 강력한 복지 체제를 바탕으로 무상에 가까운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네우볼라(Neuvola)’로 불리는 촘촘한 임산부 및 영유아 건강 상담 시스템이 유명한데요. 산전 관리와 예방접종이 국가 주도로 철저히 이루어지며, 사회적 불평등도가 낮아 영아 사망 위험 요인이 선제적으로 차단됩니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전부터 국가가 보호막을 쳐주는 구조입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2.2명)는 지리적 이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좁은 영토에 고도로 도시화된 환경을 갖춰 어느 곳에서나 첨단 의료 시설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엄격한 공중보건 정책과 철저한 위생 관리가 결합하여 신생아 감염 발생률을 극단적으로 낮춘 사례입니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와 일본 역시 탄탄한 건강보험 제도와 높은 수준의 산모 관리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사실 경제력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영아 사망률이 낮은 것은 아닙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은 5.5명을 기록했습니다. 1인당 GDP가 최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표에서는 OECD 평균(5.84명)에 턱걸이하는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보편적 건강보험 제도의 부재, 극심한 소득 및 인종 간 의료 불평등, 그리고 높은 조산율을 그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부의 크기만큼이나 그 부가 사회 전체의 의료 안전망으로 얼마나 고르게 퍼져 있는지가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지역별 소득별 통계로 뚜렷해지는 양극화 패턴
개별 국가를 넘어 지역과 소득 그룹별 평균을 살펴보면 세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평균 영아 사망률은 47.1명입니다. 세계 전체 평균인 27.7명을 훌쩍 뛰어넘는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는 32명, 남아시아는 23.2명, 중남미 및 카리브해 지역은 13.3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리적 위치가 곧 의료 서비스의 질을 결정짓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3.2명, 북미는 5.4명, 유럽 및 중앙아시아는 6.6명에 그쳤습니다.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도 10.7명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합니다. 특히 중간 소득 국가들의 평균이 26.18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 간의 간극이 얼마나 거대한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경제력이 곧 생존의 방어막이 되고 있습니다.
20여 년간 이어진 대한민국의 하락 추이와 다층적 배경
대한민국의 성적표는 어떨까요?
한국의 2024년 영아 사망률은 2.3명으로, 집계된 196개국 중 181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순위가 낮을수록 사망률이 낮다는 뜻이므로 세계 최저 수준의 보건 환경을 의미합니다. 과거 추이를 보면 2000년 5.8명에서 2010년 3.3명으로 떨어졌고, 2024년 2.3명까지 지난 20여 년간 꾸준한 하락 곡선을 그려왔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수치에 도달한 배경에는 2000년대 이후 강화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임산부 진료비 바우처 지원 제도가 정착되었고, 신생아 중환자실(NICU) 병상 확충 및 본인부담금 경감 정책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첨단 의료 기술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과거라면 생존하기 어려웠을 1kg 미만의 초미숙아 생존율도 비약적으로 높아졌습니다. 국가 차원의 의료 인프라 투자가 확실한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전 세계 데이터에서 OECD 38개 회원국만 추려보면 한국은 28위입니다. 멕시코(12.1명), 콜롬비아(10.5명), 튀르키예(8.0명) 등 영아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들이 상위권에 있고, 한국은 2.3명으로 이탈리아(2.3명), 일본(1.8명), 에스토니아(1.5명) 등과 함께 가장 사망률이 낮은 최하위 그룹에 단단히 묶여 있습니다. 전 세계 181위라는 압도적인 수치가 OECD라는 선진국 클럽 내에서도 매우 우수한 성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92개 대규모 국가들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한국의 위치는 더욱 돋보입니다. 한국은 이 그룹에서 89위를 기록했습니다. 인구가 많을수록 보건행정망을 전국적으로 촘촘히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인구 대국 중에서도 일본(1.8명), 스웨덴(2.0명), 체코(2.1명)에 이어 네 번째로 영아 사망률이 낮다는 것은 매우 값진 성과입니다.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가진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얼마나 균질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긍정적인 수치 이면에는 씁쓸한 인구구조적 요인도 숨어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 등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세계 최저치를 갱신했습니다. 초저출산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역설적으로 소수의 출생아에게 가정의 경제적 자원과 국가의 의료 자원이 고도로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인구 붕괴의 위기가 아이러니하게도 개별 영아의 생존율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하나의 배경이 된 셈입니다. 지표 이면의 엇갈린 통계 기준과 남겨진 질문
마지막으로 통계 데이터를 읽을 때 조심해야 할 맹점을 하나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국가 간 영아 사망률 순위가 실제 의료 수준의 차이보다는 집계 방식의 차이를 반영한다는 논쟁이 의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출생아(Live Birth)’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 기간과 무관하게 탯줄 맥박이나 호흡 등 생명 징후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모두 출생아로 등록하도록 권고합니다.
미국 등은 이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여 생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24주 미만의 초미숙아도 일단 출생아로 등록합니다. 이들이 직후 사망할 경우 고스란히 영아 사망률 통계에 가산됩니다. 반면 일부 유럽 국가나 과거 동구권 국가들은 일정 체중 미만이거나 출생 후 24~48시간 이내에 사망한 영아를 ‘사산’으로 분류해 영아 사망 통계에서 아예 제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겉보기엔 사망률이 낮아 보이지만, 통계적 착시가 어느 정도 섞여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표를 곧이곧대로 맹신하기보다는 그 이면의 잣대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0년 이후 전 세계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이 52% 감소하는 등 인류가 큰 진전을 이루어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그 개선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는 유엔 아동사망률 추산 기구의 분석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즉각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30년까지 수천만 명의 아기가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 생을 마감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곳의 인프라가 곧 첫돌을 맞이할 확률이 되는 세상입니다. 모든 생명이 출발선에서 동등한 보호를 받는 날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요?
전체 순위 (상위 50개국)
| 1 | South Sudan | 71.9 |
| 2 | Nigeria | 69.8 |
| 3 | Niger | 65.6 |
| 4 | Somalia, Fed. Rep. | 65.4 |
| 5 | Liberia | 63.2 |
| 6 | Zimbabwe | 62.4 |
| 7 | Guinea | 59.8 |
| 8 | Central African Republic | 58.8 |
| 9 | Congo, Dem. Rep. | 56.4 |
| 10 | Chad | 56.3 |
| 11 | Lesotho | 56.3 |
| 12 | Sierra Leone | 54.6 |
| 13 | Afghanistan | 48.3 |
| 14 | Pakistan | 48.2 |
| 15 | Equatorial Guinea | 47.6 |
| 16 | Mali | 47.5 |
| 17 | Benin | 45.2 |
| 18 | Cote d’Ivoire | 44.8 |
| 19 | Mozambique | 43.7 |
| 20 | Burkina Faso | 43.6 |
| 21 | Djibouti | 43 |
| 22 | Madagascar | 43 |
| 23 | Sudan | 42.9 |
| 24 | Eswatini | 42.2 |
| 25 | Guinea-Bissau | 42.1 |
| 26 | Cameroon | 40.2 |
| 27 | Haiti | 39 |
| 28 | Kiribati | 38.8 |
| 29 | Malawi | 38 |
| 30 | Namibia | 36.4 |
| 31 | Uganda | 35.9 |
| 32 | Comoros | 35 |
| 33 | Togo | 34.8 |
| 34 | Timor-Leste | 34.6 |
| 35 | Zambia | 34.6 |
| 36 | Ethiopia | 34.5 |
| 37 | Kenya | 34.2 |
| 38 | Yemen, Rep. | 33.8 |
| 39 | Dominica | 33.3 |
| 40 | Myanmar | 32.8 |
| 41 | Gambia, The | 32.7 |
| 42 | Angola | 32.1 |
| 43 | Botswana | 32.1 |
| 44 | Papua New Guinea | 31.3 |
| 45 | Burundi | 30.5 |
| 46 | Turkmenistan | 30.4 |
| 47 | Mauritania | 30.2 |
| 48 | Rwanda | 29.4 |
| 49 | Senegal | 28.9 |
| 50 | Tanzania | 2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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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출처: World Bank · 2024년 기준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