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William Warby / Pexels
밥상 위에 오르는 고소한 고등어구이, 겨울철 제철을 맞은 방어회, 길거리에서 무심코 한두 개씩 집어 먹는 어묵 꼬치까지. 한국인의 일상에서 해산물은 육류만큼이나 무척 친숙하고 든든한 식재료입니다. 굽고, 찌고, 회로 먹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젓갈로 발효시켜 먹기까지 하니 그 활용도도 무궁무진하죠.
그렇다면 전 세계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는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를 과연 얼마나 많이 즐기고 있을까요? 2023년 기준으로 집계된 세계 1인당 수산물 소비량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남다른 해산물 사랑을 객관적인 숫자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176개국을 대상으로 한 OWID(Our World in Data)의 자료를 통해, 전 세계 지형도 속에서 한국이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차분하게 들여다보려 합니다.
세계 9위, 한국의 1인당 수산물 소비량 위치
2023년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소비한 수산물의 양은 약 53kg(52.82kg)이었습니다.
이는 데이터가 집계된 176개국 중에서 무려 9위에 해당하는 최상위권의 기록인데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1인당 평균 수산물 소비량은 20kg 남짓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인은 세계 평균보다 2.5배 이상 많은 수산물을 섭취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상위 10위권 내에 포진한 국가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의 순위가 얼마나 이례적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1위부터 차례대로 아이슬란드(약 84kg), 몰디브(약 80kg), 키리바시(약 72kg) 등 해양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섬나라들이 최상위권을 휩쓸고 있습니다. 대륙에 붙어 있으면서도 경제 규모가 비교적 큰 국가 중에서는 포르투갈(8위, 약 53.5kg)과 한국 정도만이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사계절 내내 다양한 해양 환경을 접할 수 있는 한국의 지리적 이점과, 미역국부터 매운탕까지 수산물을 알뜰하게 활용해 온 우리의 오랜 식문화가 그 원인인 것 같습니다. 특별히 생선을 주식으로 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식생활 깊숙이 바다의 맛이 스며들어 있는 것입니다.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소비 추이 변화
현재 최상위권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긴 하지만, 과거의 기록과 비교해 보면 약간의 뚜렷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2000년 약 47kg 수준이었던 한국의 소비량은 경제 성장과 외식 산업의 발달에 힘입어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2006년부터 2011년 사이에는 무려 58~59kg대까지 훌쩍 오르며 소비의 정점을 찍었죠. 당시 웰빙 열풍과 함께 건강식으로서 해산물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배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10년 사이의 그래프는 조금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2012년 이후 서서히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52.7~52.8kg 선에서 머물며 정체를 보이고 있습니다. 화려했던 정점 시절과 비교하면 10%가량 줄어든 수치입니다. 최근 국내 수산 및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인구 구조의 변화 및 식생활 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손질이 까다롭고 요리 후 비린내가 남을 수 있는 원물 수산물보다는, 조리가 간편한 육류나 밀키트 형태의 간편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연근해 어획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 등 구조적인 요인도 내수 소비 정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최상위권과 하위권 국가 대조
시야를 넓혀 세계의 양극단을 비교해 보면 그 격차가 매우 큽니다.
수산물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인 아이슬란드(약 84kg)는 1년 내내 밥상에서 생선이 떠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차가운 북대서양 한가운데 위치해 어업이 국가의 핵심 산업인 만큼, 풍부한 어족 자원이 고스란히 자국민의 식탁으로 이어집니다. 그 뒤를 잇는 홍콩(4위, 약 69kg)과 마카오(5위, 약 61kg) 역시 바다와 인접한 지리적 특성과 더불어, 신선한 해산물을 최고의 고급 식재료로 여기는 중화권 특유의 미식 문화가 강력하게 작용한 결과입니다. 노르웨이(12위, 약 49kg)처럼 연어 등 양식업이 고도로 발달한 국가도 꾸준히 상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10위, 약 51kg)가 눈에 띄게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수산물 강국임을 증명했습니다.
반면, 그래프의 반대편에 위치한 국가들의 숫자는 0에 가깝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1인당 연간 소비량이 0.38kg으로 176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에티오피아(0.50kg), 시리아(0.80kg), 타지키스탄(0.91kg) 등 하위권 국가 대부분이 연간 1kg조차 온전히 소비하지 못하는데요. 이들 하위 15개국 중 대다수가 바다와 전혀 접하지 않은 완전한 내륙국이거나, 오랜 분쟁과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콜드체인(저온 유통 체계)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라는 점입니다. 1위 아이슬란드와 최하위 아프가니스탄의 소비량 격차는 무려 220배에 달합니다. 지리적 환경과 국가의 물류 인프라가 밥상의 풍경을 얼마나 극단적으로 바꿔놓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바다가 준 먹거리, 앞으로의 밥상 풍경
우리는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바다의 혜택을 풍성하게 누려온 해산물 대국입니다. 비록 최근 들어 고기 반찬이나 간편식에 그 자리를 조금씩 내어주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53kg이라는 숫자는 세계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압도적인 기록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바다의 수온과 환경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고, 우리의 입맛과 생활 방식도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어쩌면 지금 유지하고 있는 53kg이라는 숫자는 과거의 화려했던 정점을 지나, 새로운 식문화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보여주는 일종의 이정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체 순위 (상위 50개국)
| 1 | Iceland | 83.8 |
| 2 | Maldives | 79.7 |
| 3 | Kiribati | 72.3 |
| 4 | Hong Kong | 69.1 |
| 5 | Macao | 61.1 |
| 6 | Tuvalu | 55.8 |
| 7 | Antigua and Barbuda | 54.5 |
| 8 | Portugal | 53.5 |
| 9 | 🇰🇷 South Korea | 52.8 |
| 10 | Malaysia | 51 |
| 11 | French Polynesia | 50.5 |
| 12 | Norway | 49.1 |
| 13 | Micronesia (country) | 49 |
| 14 | Samoa | 46.6 |
| 15 | Marshall Islands | 44.6 |
| 16 | Barbados | 43.2 |
| 17 | Seychelles | 42.9 |
| 18 | China | 41.7 |
| 19 | Indonesia | 40.4 |
| 20 | Myanmar | 40.4 |
| 21 | Vietnam | 40.1 |
| 22 | Cambodia | 39.4 |
| 23 | Spain | 36.8 |
| 24 | Saint Kitts and Nevis | 36.4 |
| 25 | France | 32.6 |
| 26 | Finland | 31.5 |
| 27 | Malta | 31.1 |
| 28 | Sweden | 30.6 |
| 29 | Solomon Islands | 30.5 |
| 30 | Taiwan | 30.4 |
| 31 | Luxembourg | 30.3 |
| 32 | Vanuatu | 30 |
| 33 | Mauritius | 29.4 |
| 34 | Italy | 29.4 |
| 35 | Thailand | 28.6 |
| 36 | Tonga | 28.6 |
| 37 | Laos | 28.5 |
| 38 | Lithuania | 28.5 |
| 39 | Oman | 28.2 |
| 40 | Fiji | 28 |
| 41 | Jamaica | 27.9 |
| 42 | Bahamas | 27.7 |
| 43 | Gabon | 27 |
| 44 | Bangladesh | 27 |
| 45 | Sao Tome and Principe | 26.5 |
| 46 | Philippines | 26.3 |
| 47 | Nauru | 26 |
| 48 | Peru | 25.9 |
| 49 | Saint Lucia | 25 |
| 50 | Guyana | 24.8 |
📊 자료 출처: OWID · 2023년 기준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