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직접부담 의료비 비중 192개국 비교, 세계 78위 한국

가계 직접부담 의료비 비중 192개국 비교, 세계 78위 한국의 현실과 고령화의 그늘 - 가계 직접부담 의료비 비중

사진: Pixabay / Pexels

병원에서 수납을 마친 뒤 영수증을 받아 들 때, ‘환자 부담금’ 칸의 숫자를 유심히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전체 병원비 중에서 국가나 보험이 아닌, 개인이 지갑에서 직접 꺼내 지불한 금액의 비율을 가리켜 가계 직접부담 의료비 비중이라고 합니다. 이 지표는 한 나라의 보건의료 체계가 국민 개개인을 얼마나 든든하게 보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잣대입니다. 2023년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192개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 세계 속 대한민국의 자리가 어디쯤인지 천천히 들여다보았습니다.

대한민국의 가계 직접부담 의료비 비중 수준과 세계적 순위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이 지표 값은 31.75%입니다. 즉, 전체 의료비가 10만 원이 나왔다면 환자 본인이 직접 지불한 돈이 약 3만 2천 원 정도 된다는 뜻입니다. 이 수치는 데이터가 집계된 192개국 중에서 78위에 해당하는 위치인데요. 숫자 자체만 놓고 보면 중간보다 조금 앞선 수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격차라는 개념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격차란 가장 높은 집단과 가장 낮은 집단 사이의 벌어진 간격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이 간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이 속한 위치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비교 대상으로 삼는 선진국 모임인 OECD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부담은 꽤 무거운 편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여 년간 일어난 한국 의료비 분담의 흐름

우리나라의 지난 흐름을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변화의 궤적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2000년에는 이 비중이 43%에 달했습니다. 당시에는 병원에 가면 본인이 부담해야 할 몫이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이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과 건강보험 혜택 확대에 힘입어 이 비율은 꾸준히 하강 곡선을 그리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2020년에는 31.8% 수준까지 떨어지게 되었는데요. 마침내 2022년에는 29.28%를 기록하며 앞자리가 20%대로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흐름이 다소 심상치 않은 상황인데요. 2023년에는 다시 31.75%로 반등했으며, 2024년 잠정치 기준으로 33.74%까지 다시 솟구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고령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비급여 진료 항목이 다양해지면서 개인이 내야 할 실질적인 의료비가 늘어난 영향이 큽니다.

상위권과 하위권 국가들의 극단적인 격차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1위와 꼴찌의 규모 차이가 실로 거대합니다. 가계 직접부담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80.5%를 기록한 아르메니아입니다. 그 뒤를 이어 방글라데시가 79.3%, 투르크메니스탄이 77.4%, 아프가니스탄이 77.1%, 시리아가 72.4%로 최상위권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공공 보건 시스템이 취약하여 아플 때 개인이 온전히 비용을 짊어져야 하는 가혹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개인이 직접 부담하는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투발루로, 그 비중이 단 0.04%에 불과합니다. 나우루가 0.73%, 마셜제도가 1.05%, 미크로네시아가 2.58%, 솔로몬제도가 3.16%로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이들 하위권 국가들은 대부분 국가가 의료비 전액을 무상으로 지원하거나 공공 재정의 기여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구조를 지니고 있는 셈입니다.

저는 이 극명한 수치 차이에서 보건 의료 재정 모델의 양극단이 먼저 보였습니다. 아르메니아와 투발루의 수치를 대조해보면 무려 2,000배에 달하는 거대한 격차가 발생합니다. 개인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구조와 국가가 전적으로 떠안는 구조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그 절충선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중입니다.

사하라 이남과 OECD 평균으로 비교하는 우리 삶의 체감도

지역 및 소득 그룹별 평균치를 살펴보면 우리의 위치를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2023년 세계 전체 평균은 약 17%이며, OECD 회원국들의 평균은 약 13%에 불과합니다. 유럽연합(EU)의 평균 역시 약 15%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남아시아 평균은 약 47%로 매우 높으며, 중소득국 평균은 약 33%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재미있는 건 한국의 수치가 OECD 평균의 두 배를 웃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소득 수준이 훨씬 낮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평균인 약 30%나 중남미·카리브해의 약 30%와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적 규모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의료비를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비중만큼은 여전히 중소득국이나 개발도상국 그룹의 평균에 가깝다는 사실은 무척 깊이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앞으로 마주할 고령화 속 의료비 분담의 방향

개인적으로 눈여겨본 부분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와 의료비 지출 구조의 관계입니다. 노년층 인구가 늘어날수록 병원을 찾는 횟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보험의 혜택 범위를 무작정 늘리기에는 재정적 한계가 뚜렷하고, 그렇다고 개인의 손에 영수증을 그대로 넘겨주기에는 가계의 부담이 너무나 무거운 까닭입니다.

최근의 반등 추세는 어쩌면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가리키는 신호가 아닐까 싶습니다. 국가가 보장해주는 든든한 울타리와 개인이 책임져야 할 합리적인 선은 어디쯤에 위치해야 할까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가장 이상적인 병원비 고지서의 비율은 얼마인지 궁금해집니다.

전체 순위 (상위 50개국)

1 Armenia 80.5
2 Bangladesh 79.3
3 Turkmenistan 77.4
4 Afghanistan 77.1
5 Syrian Arab Republic 72.4
6 Nigeria 71.9
7 Myanmar 71.1
8 Yemen, Rep. 69.1
9 Cameroon 67.7
10 Equatorial Guinea 66
11 Azerbaijan 64.6
12 Togo 64.3
13 Uzbekistan 64.1
14 Liberia 63.2
15 Tajikistan 62.4
16 Guinea-Bissau 61.6
17 Cambodia 60.6
18 Nepal 59.4
19 Georgia 58.8
20 Sudan 57.4
21 Egypt, Arab Rep. 57.2
22 Guatemala 57.2
23 Comoros 56.6
24 Sri Lanka 54.8
25 Sierra Leone 54.5
26 Guinea 54.4
27 Iraq 54
28 Honduras 53.1
29 Pakistan 52.9
30 Haiti 52.4
31 Chad 51.7
32 Niger 51.5
33 Barbados 49.5
34 Mongolia 48.8
35 Grenada 48.5
36 Eritrea 48.4
37 Albania 48.3
38 Mali 47.2
39 Ethiopia 46.3
40 Trinidad and Tobago 45.3
41 Mauritius 45.2
42 Central African Republic 45
43 Algeria 45
44 Lao PDR 44.8
45 Philippines 44.4
46 Senegal 44.3
47 India 43.9
48 Burkina Faso 43.8
49 Mauritania 43.8
50 Iran, Islamic Rep. 43.1

📊 자료 출처: World Bank · 2023년 기준 데이터

댓글 남기기